최근 건강관리 화두는 단연 ‘저속노화’다. 이전까지는 노화를 방지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노화를 인정하고 천천히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으로 주안점이 옮겨왔다. 저속노화와 반대되는 개념인 가속노화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현재 자신이 저속노화 상태인지 가속노화 상태인지 확인해 볼 방법은 없을까?
◇나이 드는 속도와 실제 몸이 늙는 속도의 차이
노화 속도를 나타내는 저속노화·가속노화 개념부터 짚어보자. 노화 속도는 몇 년 동안 살았는지를 나타내는 연대기적 나이(현재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를 비교해 측정한다. 생물학적 나이는 ▲텔로미어 길이·활성도 ▲대사 등 신체기능 등에 기반해 몸이 늙어가는 속도를 나타낸다. 같은 연령대의 사람이라도 생물학적 나이는 다 다르다.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으로 빠르게 혹은 느리게 늙는 사람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남녀 1000명의 26, 32, 38세 때 18개 항목의 생리학적 기능을 평가해 생물학적 노화를 진단했다. 분석 결과, 대부분의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매년 1년씩 노화가 진행됐지만 이보다 빠르거나 느린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실제 나이가 38세지만 생물학적 나이가 30세인 사람이 있는 반면 60세에 가까운 사람도 있었다.
◇노화 속도 ‘과학적 측정’ 가능해
노화 속도를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노화 속도를 직접 잴 수 있는 간단한 키트는 아직 없지만 몇 가지 지표를 통해 판단 가능하다”며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후성유전학 생체시계를 확인할 수 있는 DNA 메틸화 검사가 있다”고 말했다. 혈액을 채취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DNA를 화학적으로 변화시키는 DNA 메틸화를 추적하는 검사다. 연구를 통해 점점 정밀한 지표가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니든PACE’라는 측정법이 주목받고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해 내 몸이 얼마나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노화 속도계 역할을 한다.
더니든PACE 수치가 1보다 낮을수록 노화 속도가 느리고 건강한 상태다. 예를 들어, 수치가 0.9 나왔다면 1년 동안 0.9년밖에 나이 들지 않은 셈이다. 반대로 수치가 1.1이면 실제로 1년이 지나는 동안 신체적으로는 1.1년만큼 늙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나 사망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신뢰도가 높은 검사지만 평소에 쉽게 받을 수 있는 검사는 아니다. 정희원 교수는 “노화 속도에 주목하는 건 질병 하나하나를 따로 막기보다 노화 자체를 질병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이를 조절해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예방하자는 접근”이라며 “정밀한 노화 속도 측정은 전문 검사를 통해 가능하며 아직 국내에서는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화 정도 알아보는 실용적인 방법
일상에서는 노화 정도를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 ▲전반적인 건강 상태(혈당·혈압·체지방률 등) ▲보행 속도 ▲악력 등은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보는 지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에 의하면, 보행 속도는 다리 근력을 넘어 심혈관계·신경계·균형 감각 등을 통합적으로 반영한다. 보행 속도가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16년 젊다는 영국 레스터대 연구 결과가 있다.
일반 성인은 1초당 1.3~1.5m를 걸으며 노화할수록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 ‘느린 걸음’의 국제적인 기준은 ‘1초당 0.8m 이하’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라면 노화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 단, 보행 속도는 연령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같은 연령층 내에서 상대적으로 걸음이 느린 경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행 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수치다. 보행 속도를 측정하기 어려운 고령층의 경우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경찰청 매뉴얼에 의하면, 횡단보도 보행 신호 시간은 진입시간 7초에 횡단보도 길이 1m당 1초를 더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길이가 32m면 7초에 32초를 더해 39초 동안 녹색불이 유지된다. 녹색불이 꺼지기 전에 무리 없이 건너면 보행 속도가 1초당 0.8m 이상으로 정상 범위지만 횡단보도를 겨우 건넜거나 못 건넌다면 노화 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악력은 몸 전체의 근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같은 연령대의 평균 악력 정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통계청에 의하면, 성인 남성은 ▲20대 44kg ▲30대 43.5kg ▲50대 40kg ▲60대 34.8kg 정도다. 성인 여성은 ▲20~30대 25.3kg ▲40대 25.1kg ▲50대 23.8kg ▲60대 21.3kg 정도다. 기준 이하라면 노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만약 보행 속도, 악력 등 여러 지표에서 기준치를 밑도는 경우에는 노화 속도가 빠르다는 경고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저속노화로 전환하는 핵심 전략
만약 측정한 노화 속도가 빠른 편이라면 노화 속도에 개입하는 요인들을 확인한 뒤 생활습관을 바꿔나가야 한다. 정희원 교수는 “노화 속도는 운명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변수”라며 “지금 가속노화 중이더라도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속도를 늦출 수 있으니 즉시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희원 교수의 도움말로 가속노화 상태에서 저속노화로 되돌릴 수 있는 핵심전략을 짚어봤다.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설탕 등 정제 탄수화물 피하기 ▲초가공식품 섭취 최소화하기 ▲섭취 칼로리 약 20% 줄이기 ▲규칙적인 운동 ▲금연·금주다. 정희원 교수는 “오늘 하루 7시간 수면하기를 지켰다면 다음 날은 식사 때 설탕이 들어간 음료 대신 물을 마시고 그 다음날은 20분 걷는 등 하나씩 실천해나가면 노화 속도도 점차 느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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