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춤은 즐거울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움직임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질환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시드남 무도병(Sydenham’s chorea)’이라는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시드남 무도병은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의 일종으로 알려졌으며,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유전질환이다. 이 질환은 1872년 미국 의사 조지 헌팅턴이 처음 학계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100년 후인 1983년 캐나다 분자생물학자 제임스 구셀라가 원인 유전자가 4번 염색체에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4번 염색체의 단완(동원체를 중심으로 짧은 부위)이 변이하면서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것이 밝혀졌다.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대뇌 기저핵에 문제가 생겨 발병한다고도 알려졌다.
시드남 무도병은 병이 진행될수록 발작이 잦아지며, 언어 능력과 기억력도 급속도로 떨어진다./사진=MedLink Neurology
시드남 무도병 환자들은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15~25년 내 신체적, 정신적으로 심각한 무능력 상태에 이르고, 결과적으로는 사망하게 된다. 헌팅턴병은 대부분 30~40세 정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드물게 20세 이전이나 50세 이후에 나타기도 한다. 그런데, 시드남 무도병은 보통 5~15세 사이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나며, 여자아이들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시드남 무도병 초기에는 ▲걸음걸이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말투가 늘어지거나 ▲음식물을 제대로 못 삼키거나 ▲성격 변화 등을 겪는다. 병이 진행될수록 발작이 잦아지며, 언어 능력과 기억력도 급속도로 떨어진다. 특히 시드남 무도병 환자들은 근육을 제어할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갑자기 움직이는 증상을 보인다. 팔다리, 얼굴 근육 등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이 때문에 질환 이름에 ‘무도(舞蹈)’가 있는 것이다. 이 질환은 여러 근육에 영향을 줘 팔을 계속 뻗거나 입안에서 혀를 계속 움직이는 등의 모습도 나타난다.
시드남 무도병 초기에는 ▲걸음걸이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거나 ▲말투가 늘어지거나 ▲음식물을 제대로 못 삼키거나 ▲성격 변화 등을 겪는다./사진=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시드남 무도병은 근육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완화하는 약물 치료를 우선 진행한다. 환자들은 여러 약물을 활용해 증상을 줄이지만, 질환이 악화할수록 약물 효과는 떨어진다.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있다. 근육을 단련해 증상의 악화를 늦추는 것이다. 환자들은 병이 진행되면서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지 못해 우울증에 걸릴 때가 많다. 이 경우에는 우울증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시드남 무도병은 유전질환이라 예방할 수 없다. 다만, 시드남 무도병에 걸린 성인의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성별에 상관없이 출생때마다 각각 50%로 우성유전된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를 받아 질환을 대비한다면 제때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시드남 무도병을 겪었던 환자 중에는 대표적으로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이 있다. 앤디 워홀은 8살 때 시드남 무도병에 걸려 수개월 동안 침대에만 누워있어야 했다. 당시 그는 근육 경련, 발작 등을 겪었다. 워홀은 이때 침대에서 지내면서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미술을 배웠고, 이후 예술 감각을 키우기 시작했다. 워홀은 1987년 2월 21일 담낭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고, 다음날 심장마비로 58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다만, 시드남 무도병이 그의 사망과 연관이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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