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연구개발(R&D) 우선순위가 높은 17개 병원체를 발표했다. 기존의 우선순위 지정은 수익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우선순위 지정은 질병 부담·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WHO는 지난달 전 세계 풍토병을 해결하고 공평한 백신 접근성을 증진하기 위해 백신 연구개발을 위한 우선순위가 높은 17개 병원체의 목록을 공개했다.
예방접종은 전 세계 발병률과 사망률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쳤지만, 백신 개발은 기술·상업적으로 어려워 많은 병원체에 대한 백신이 부족한 상태다. 병원체 표적의 우선순위 지정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공중 보건 요구에 부합하며, 보건상의 이점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병원체 목록 발표는 WHO의 예방접종 의제 2030과 연계된 것으로, 저소득·중간 소득 지역에서 심각한 공중 보건 부담이 높은 항생제 내성(AMR)과 주요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병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에 일부 지역·글로벌 백신 우선순위 목록이 개발됐지만, 풍토병 병원체를 표적으로 개발 중인 백신에 초점을 맞춘 목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긴급백신이 필요한 풍토병 병원체 우선순위 지정 연구는 전 세계 면역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사용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사망률·항생제 내성 우려·지역 질병 영향과 같은 기준에 따라 병원체의 순위를 매겼다.
우선 순위로 지정된 17가지 병원체는 잠재적 백신의 개발 단계에 따라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이는 각각 ▲새로운 백신 연구가 필요한 병원체 ▲추가 백신 개발이 필요한 병원체 ▲규제 승인이 임박한 병원체다. 새로운 백신 연구가 필요한 병원체 범주에는 A군 연쇄상구균, C형 간염 바이러스, HIV-1(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폐렴균 등 4가지가 포함된다. 추가 백신 개발이 필요한 병원체에는 거대세포바이러스, 리슈마니아 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말라리아, 비장티푸스성 살모넬라, 노로바이러스, 시겔라 종, 황색포도상구균 등 8개가 포함된다. 규제 승인이 임박한 병원체에는 뎅기열 바이러스, B군 연쇄상구균, 장외 병원성 대장균, 결핵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 5가지가 속한다.
WHO 케이트 오브라이언 면역·백신·생물학적 제제 부서 책임자는 "이번 연구는 수익 중심의 접근 방식에서 필요 기반 접근 방식으로의 전환"이라며 "지역별 전문성과 증거에 기반한 이 우선순위 지정 과정은 생명을 구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시스템상의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백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 WHO 병원체 목록은 자금 제공자, 학계, 제조업체에게 영향력이 큰 백신 R&D로 안내해 보다 탄력적인 글로벌 보건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지정됐다"며 "새로운 풍토병 중심 목록은 현재와 미래의 글로벌 보건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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