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걷고, 앉고, 눕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데 가장 큰 에너지를 내는 관절은 어디일까. 바로 ‘고관절’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지뼈(대퇴골)를 잇는 관절로, 몸의 중앙에 위치해 체중 부하를 가장 많이 받는다. 고관절은 척추와 함께 코어 근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운동량이 많으면서 단단해 안정된 관절이기도 하다. 사실 고관절은 평생 안 아프고 지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외상이나 퇴행성 변화 등에 의해 고관절에 한 번 문제가 생기면 걷기조차 힘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고관절 명의,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권순용 교수에게 물었다.
- 고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보통 골반 부위 통증이 유발되면서 ‘파행’이라고 불리는 다리를 절뚝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고관절 통증은 크게 ▲서혜부(사타구니) ▲측면 ▲후면 세 방향으로 오는데, 각각 의심 질환이 다르다. 이중 가장 많은 환자가 호소하는 건 사타구니 통증이다. 고관절 이형성증이나 대퇴비구 충돌증후군이 있을 때,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주변부 골절까지 이어졌을 때 주로 사타구니가 아프다. 측면 고관절 통증은 대퇴골 주변 연조직에 손상·염증에 의해 나타나는 대전자통증증후군(GTPS)을 의심할 수 있고, 후면 고관절 통증은 주변 근육이 긴장하거나 커지면서 좌골신경을 압박해 발생하는 이상근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은?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대표적이다. 허벅지뼈 위쪽 끝 부분인 대퇴골두까지 들어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을 말한다. 괴사한 대퇴골두에 계속 압력이 가해지면 괴사 부위가 골절되고, 주변 고관절까지 손상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고관절 이형성증'도 흔하다. 선천적 혹은 발달성 장애로 인해 고관절의 덮개 뼈인 비구가 대퇴골두를 충분히 못 덮는 것이다. 압력 분포가 증가해 통증을 유발하고, 젊을 때 모르고 지내다 50~60대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퇴비구 충돌증후군'도 있다. 고관절을 이루는 허벅지뼈나 골반뼈가 돌출돼 서로 충돌하며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고관절을 과도하게 굽히거나 돌릴 때 압력이 가해져 관절염을 유발한다. 만약 차를 탈 때나 양반다리를 할 때, 운동할 때 이유 없이 갑자기 아프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 고관절 질환의 원인은?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의 경우 외상이나 가족력이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과도한 음주와 스테로이드제의 영향도 크다. 피부병이나 전신질환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스테로이드를 지나치게 복용하면 위험군이 될 수 있다. 특발성으로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또한 양반다리를 오래 하거나 좌식 생활을 하면 관절에 스트레스를 줘 건염, 점액낭염, 충돌증후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 엉치 통증이 꼭 고관절 질환 탓이 아닐 수 있다던데… 감별 진단법은?
흔히 “엉치가 아프다”며 내원하는 환자가 많은데, 사실 고관절 문제가 아닌 경우가 십중팔구다. 특히 척추질환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발생하면 허리가 아닌 신경이 분포하는 엉치 부분이 아플 수 있다. 종아리에 쥐가 나는 증상이 동반되거나 신경 마비가 오는 경우도 오히려 척추질환이 원인일 때가 많다.
반대로 고관절 질환이 간혹 허리에도 통증이 생기다 보니 척추 질환으로 오인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고관절 질환은 체중이 실릴 때 특히 아프고, 관절 운동이 제한돼 잘 움직이지 못하고, 다리를 저는 특징 등으로 감별할 수 있다.
한편, 사타구니 통증은 고관절 질환 외에 전립선염, 부고환염, 탈장, 난소염, 자궁 이상 등이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고관절 문제인데 무릎이 아픈 경우도 있다. 고관절과 무릎 신경이 같이 분포해 나타나는 연관통 때문이다. 따라서 엉치 주위 골반통, 고관절 통증, 발을 저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통증이 유발되는 곳을 정확히 감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고관절 질환이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고관절 통증으로 거동이 힘들어지면 여러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 고관절 골절 환자는 수술 후 2년 이내 3분의 1이 사망한다고 알려졌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대소변을 잘 보지 못해 욕창이 생기고, 골수염으로 이어져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몸을 못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안 돼 혈전이 잘 생기고, 중풍이나 뇌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당뇨나 심장병 등 기저 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움직이지 못하면 몸에 신진대사가 안 일어나 바로 2차적인 문제가 터진다. 심폐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폐렴이 잘 생기고, 운동량이 적어져 심장병과 고혈압 위험도 커진다.
-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고관절 질환은 보통 문진‧촉진과 함께 일반 이학적 검사, 엑스레이를 찍으면 진단이 가능하다. 더욱 정확한 감별진단을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특히 고관절 통증이 있는 환자가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했거나 ▲술을 자주 마셨거나 ▲큰 외상 경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등 위험 인자가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MRI를 찍어보는 게 좋다. 또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초기의 경우 일반 엑스레이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MRI 검사를 시행해 진단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권순용 교수./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 치료는 어떻게 하나?
고관절 질환이라고 해서 전부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크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약물치료와 보존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괴사 부위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중심 감압술이나, 다발성 천공술, 회전절골술 등을 시행한다. 회전절골술은 뼈를 자른 후 괴사한 부위를 체중이 실리지 않는 부위로 돌려 옮겨 주는 방법이다. 고관절 이형성증의 경우 비구가 대퇴골두를 덮을 수 있도록 뼈에 금을 내 회전시키는 절골술을 한다. 대퇴비구 충돌증후군은 보존치료, 주사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고관절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충돌을 유발하는 병변을 제거하거나, 손상된 연골을 부분적으로 제거 또는 봉합할 수 있다.
- 고관절 치료도 ‘골든타임’이 있나?
그렇다. 특히 관절 내 심한 충돌증후군이나 고관절 이형성증 같은 경우 25세 이전에 발생하는 경우 본인의 뼈를 살려야 한다. 따라서 관절을 보존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그 이후 관절 변형이 너무 심할 때나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광범위하면 보존 요법인 절골술 등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어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게 더 좋다. 퇴행성 관절염이 오게 되는 경우도 인공관절밖에 대안이 없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 인공고관절 수술,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인공고관절 수술은 예전처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수술 기술이 많이 발전돼 최소침습술로 단외회전근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한다. 근육을 최소한으로 절개해 피가 적게 나고, 수술 시간이 짧으며, 탈구 위험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관절의 표면처리 기술 또한 3D프린팅과 여러 플라즈마 기법이 발달해 실패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현재 쓰이는 4세대 세라믹, 고강도 플라스틱은 마모나 파괴가 적어 반영구적으로 30년 이상 쓸 수 있다.
- 수술 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공고관절 수술을 하면 아무래도 이전 본인의 관절에 비해 유연성이 아주 뛰어나진 않다. 따라서 고관절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뛰어내리는 낙하 운동이나 몸을 부딪치는 축구‧농구 등의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 외에는 매일 걷거나 뛰어도 괜찮다. 수술 후에는 1년마다 한 번씩 내원해 검진하면 된다.
- 집에서 할 수 있는 고관절 통증 완화법이 있나?
골반 근육 강화 운동과 스트레칭 등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골반 외전근, 내전근을 강화시켜주는 운동은 관절로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켜준다. 하루 15분 정도 누워서 폼롤러를 이용한 브릿지, 두 다리 가위차기 동작 등을 추천한다. 꾸준히 하면 고관절 통증이 줄고 추후 관절염 발생도 지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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