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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된 레깅스 "쳐다보기 민망 vs 쳐다보니 민망"
피터김
2020.05.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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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좀 민망합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습니다. 레깅스 입은 걸 보고 민망하다고 하면 틀림없이 '꼰대'로 낙인 찍힐테니까요"- 40대 중반 직장인 

"집에서는 편하니까 자주 입어요. 하지만 레깅스만 입고 외출하는 건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외출할 때는 반바지나 치마 같은 걸 위에 항상 걸치게 됩니다"-30대 후반 여성

"남들 시선은 별로 신경 안써요. 몸매가 좋은 사람만 레깅스 입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친구들도 그냥 다 입고 다녀요"-20대 후반 여성

이처럼 어느새 일상복이 된 레깅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나이가 많을수록 '민망하다'는 반응이 많다. 흡사 '미니 스커트'가 한국에 처음 상륙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못 입게 해야한다'는 과격한 반응은 거의 없다. 

'개인취향(개취)'인 만큼 존중하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레깅스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아직 뿌리까지는 내리지 못한 셈이다. 

◇여전히 민망·불편하지만…"개인 취향 존중 우선"

2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레깅스 룩에 대한 생각의 중심에는 여전히 '민망함', '불편함'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남성들은 "쳐다보기 민망하다", 반대로 여성들 사이에선 "쳐다보니 민망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과거와 다른 결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사회적 통념과 전통적 가치관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의사를 먼저 존중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한 30대 남성은 "솔직히 일부 여성들이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레깅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자기과시'를 위해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선'을 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보기 불편하다고 '생판 남'인 여성들을 비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30대 여성도 "나는 즐겨 입지 않지만 입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며 "가끔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은 듯한 사람들이 입고 다닐때면 사실 나부터 안타까운 마음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레깅스를 애용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도 타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 스타일'을 추구하겠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레깅스룩을 즐긴다는 한 20대 여성은 "핑크색 레깅스를 입고 약속 장소에 나가면 남사친(애인 아닌 남자인 친구)들이 '소시지' 같다고 놀린다. 주변에 들어봐도 이런 '지적질'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며 "그래도 개의치 않으려 한다. 남의 시선은 잘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민망함은 '잠시 뒤로'…"슬새권룩, 레깅스 열풍의 주역"

'민망함'은 극복하지 못했다면서도 레깅스를 즐겨입는 여성들 또한 늘고 있다. 레깅스 특유 '편리함'과 '기능성'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들이다. 애슬레저를 넘어 '집콕족', '홈트(홈+트레이닝)'족에게까지 레깅스가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아이템으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한 30대 직장인은 "상가나 회사들이 몰린 도심에서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지만, 주택가에선 레깅스 차림으로 활보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나만 하더라도 기능별, 색상별로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에서든, 필라테스 강습을 갈 때든, 마트 등 '슬세권'에 나갔다 올 때든 레깅스만큼 편한 차림이 없다"며 "신축성과 통풍성이 좋아 땀이 많은 여름에도 즐겨 입을 수 있고, 겨울에는 보온 역할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기성세대에선 '거부' 반응도…직장룩으로도 "아직은"

반면 중장년층 사이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온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복장 '에티켓'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나 기본적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한 40대 남성은 "반바지나 스커트를 걸쳤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겠는데 '생 레깅스'만 입고 있는 여성을 보면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며 "일상생활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까진 이해하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 60대 여성은 "집에서 딸이 그런 옷을 입고 있어도 아버지나 남동생 보기 민망하니 가리고 다니라 한다"며 "하물며 그런 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니, 내 딸이 그러면 심하게 혼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깅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아직 레깅스룩 무풍지대인 곳이 있다. 바로 '직장'이다. 직업, 복장 매뉴얼이나 조직문화 등을 떠나 레깅스룩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선 "그건 좀…"이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남성 레깅스 시장도 경쟁 후끈…"민망함은 가려드려요"

최근에는 여성 위주의 레깅스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을 넘어 본인들이 '애용'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등장이 여성들에게 편중된 레깅스 시장의 구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까진 일상생활에서 레깅스룩에 도전장을 내민 남성들은 연예인이나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에 한정됐다. 일반 남성 가운데 레깅스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운동이나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피트니스뿐 아니라 사이클·러닝·등산 등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기능성과 신축성을 자랑하는 레깅스에 대한 관심도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레깅스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바지로) 앞은 좀 가리자"는 반응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레깅스 업체들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남성 레깅스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남성 레깅스 마케팅은 스타일보다는 '기능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레깅스를 입으면 중심부가 돌출되는 '민망함'을 해소할 방안을 찾는데 유독 주력한 것도 특징이다.

안다르는 지난 7일 스테디 셀러인 '에어쿨링 레깅스'의 남성용 컬렉션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V존'이 부각되지 않도록 앞부분에 입체 패턴을 적용했다. 

젝시믹스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 15일 '맨즈 라인'을 첫 출시했다. '운동마니아'로 유명한 가수 김종국을 광고모델로 발탁해 '남심자극'에 나서고 있다. 

안다르 관계자는 "실제 사이클 등 고강도 운동을 할때 레깅스만 단독으로 착용하는 남성분들도 있지만, 아직 일상생활에선 보편화되지 않은 것 같다"며 "남성들도 부담 없이 레깅스를 입을 수 있도록 쇼츠를 함께 출시했다. 실제 고객들 중에도 레깅스와 쇼츠를 같이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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