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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난방 돌리고도 한푼 안낸다···'난방비 0원' 아파트 비밀
영일군
2019.12.0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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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0원 아파트를 아시나요?

올 초 서울 양천구의 신월시영아파트. 겨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든 주민들은 의아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난방비가 몇만 원씩 더 나왔던 것이다. 전체 2200가구 가운데 900가구의 12월 난방비가 '0원' 처리가 된 것이 원인이었다. 난방비를 안 낸 집들이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다 보니 나머지 60%에 달하는 주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올라간 것은 당연지사. 주민들은 양천구에 민원을 냈고, 양천구는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양천구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난방비 0원' 부과의 주범은 계량기였다.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계량기가 낡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양천구 관계자는 "공가(빈집)를 제외하고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곳은 올해 계량기를 전량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는 "간혹 30년 넘은 아파트 일부에서 난방비 0원 문제가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겨울 난방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을까? 양천구에 따르면 신월시영아파트는 12월 1일 자로 SH공사의 공공위탁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공공관리를 해주는 관리 주체와 함께 주민합의 과정을 거쳐 더 납부한 세대와 덜 납부한 세대 간의 정산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방비 0원' 아파트…전국 19만4222세대


2014년 배우 김부선 씨가 아파트 '난방비 0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래된 아파트의 난방비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보공개청구를 해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실제로 난방비가 0원인 아파트는 전국의 19만4222세대에 달했다. 조사 시점은 올해 4월 3일. 국토부의 조사 결과 실제로 난방을 틀지 않는 곳은 전체의 59.87%(11만6275세대)에 달했다. 절반이 넘는 집들이 난방비를 아끼려 난방을 하지 않는 셈이다. 빈집(19.12%·3만7137세대)이거나 장기출타로 집을 비운 경우(2.91%·5661세대)도 상당했다. 양천구의 사례처럼 '계량기' 문제인 곳은 14.35%(2만7865세대)에 달했다. 일부러 난방비를 줄이려 훼손한 경우(14건)는 0.01%로 미미했다. 

지역별로는 아파트가 많이 몰려있는 서울(3만2099세대)과 경기(10만6875세대)에 난방비 0원 아파트가 몰려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고의 훼손' 14건 가운데 8건이 세종시에 몰려있는 것이었다. 국토부는 이들 양심 불량 세대에 대해 경찰 고발과 함께 최고난방비 부과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난방비 분쟁이 생기면서 공동주택(아파트)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감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의 분쟁

오래된 아파트에서 가장 많이 불거지는 다툼은 난방비나 장기수선충당금을 둘러싼 것들이다. 노후 아파트는 낡은 배관 바꾸는 공사를 한다. 자주 고장 나는 승강기를 교체하기도 한다. 이때 쓰는 돈이 바로 '장기수선충당금'이다. 엘리베이터 교체처럼 목돈이 드는 공사를 할 것을 대비해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받아서 '쌓아 놓는' 돈이다. 

시민단체인 아파트 선진화 운동본부 송주열 회장은 이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비리가 발생하고, 주민 간의 다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일반 주민들로 구성되는데 공사에 대한 지식이 낮다 보니 '업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서울만 하더라도 노후 배관공사처럼 목돈이 드는 공사는 서울시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는데도 자문받는 곳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 아파트를 사례로 들었다. 배관 교체를 하게 된 이 아파트는 주민 간에 의견이 갈렸다. 한쪽은 장기수선충당금을 쓰는 중앙난방을 지지했고, 반대파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덜 들고 관리비를 줄일 수 있는 개별난방을 선호했다. 결국 주민투표를 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선택을 가른 건 설명자료였다. 그는 "'중앙난방을 위해 배관교체를 하면 장기충당금을 쓰니 주민이 직접 내는 돈은 0원, 개별난방으로 바꾸면 200만원이 든다'는 자료를 입주민들에게 배포해 결국 개별난방은 없던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아파트를 둘러싼 분쟁을 줄일 수 있을까? 송 회장은 '견제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 10명 이상이 모이면 게시판에 광고물을 자유롭게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아파트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관심을 갖도록 '알릴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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